우주의 기원

                                      <우주의 기원>

                                                                하얀코끼리

요즘 유럽입자물리연구소에서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 근처에 설치한 길이 27km의 초대형 강입자가속기에서 실시될 예정인 양성자 충돌실험으로 전 세계 과학자들이 흥분하고 있다고 한다. 가속기 안에 두 개의 수소 양성자 빔을 쏘아 광속으로 달리게 한 뒤 한 쪽의 방향을 바꿔 두 양성자가 정면으로 충돌하도록 하는 실험인데 이 실험이 바로 우주 탄생 이론인 대폭발(Big Bang) 현상을 재현해서 미니 블랙홀을 만들어 봄으로써 광대한 우주가 도대체 어떻게 탄생했는가를 증명해 보는 실험이다.

천지창조(?)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무려 100억 달러를 쏟아 부어 만든 세계에서 가장 크고 복잡한 과학 실험 장치인데 이 실험의 최대 관심사는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입자(higgs boson)의 존재를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냐 하는 문제다. 힉스입자란 모든 입자에 질량을 갖게 하는, 다시 말해 모든 물질의 기본 단위에 모양과 부피를 갖게 하는 가설 상의 입자다. 더 부연하면 어떻게 무(無)에서 유(有)가 창조 됐는지를 밝히는 유일한 단서가 될 수 있는 것이 힉스입자인데 아직 까지 추정만 할뿐 실제로는 발견되지 않은 입자다.

이 신비의 입자는 힉스라는 물리학자가 가설로만 세워 놓은 상상 속의 입자인데 이번 실험에서 그 존재 유무가 규명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만약 힉스입자가 규명되면 세계 물리학계에 일대 변혁이 예상되고 우주 탄생의 비밀이 베일을 벗게 된다. 하지만 힉스입자는 우주 탄생 초기인 빅뱅 당시에만 존재했고 이미 우주에서 사라지고 없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대체적인 설이고 저 유명한 스티븐 호킹 박사도 이번 실험에서 힉스 입자를 발견할 수 없을 것이라는데 100달러의 내기를 걸었다고 한다. 호킹 박사도 이번 실험에서 힉스 입자의 발견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실험이 전 세계 과학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인간의 기원과 우주의 기원에 관해서는 유사 이래로 수많은 과학자들의 연구가 있었지만 아직 까지 인간의 능력으로 밝혀진 우주의 비밀은 4%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나머지 96%에 관한 우주의 비밀은 아직도 오리무중인 셈이다. 인간이 위대한 것 같아도 인간의 능력으로 알아낼 수 있는 우주의 비밀이 4%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우리를 절망케 함과 동시에 너무나도 광대한 우주에 대해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일이다.

우주의 기원과 인간의 기원을 얘기할 때 서로 대립되는 두 개의 개념, 즉 창조론과 진화론은 늘 우리의 머리속을 혼란스럽게 한다. 기독교의 결정론적 세계관인 창조론은 그 내용이 쉽고 명쾌하지만 비과학적이라는 약점을 지니고 있고 나름 과학적이고 논리적 타당성을 가지고 있는 진화론은 진화 이전의 단계, 다시 말해 생명 탄생에 필요한 근원적 탄생 물질의 생성 과정을 설명하지 못한다.

과학자들이 힉스입자에 주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힉스 입자가 ‘신의 입자’라고 불리는 이유도 이 입자가 발견되면 경우에 따라서는 창조론을 뒷받침 할 수도 있고 또는 진화론을 증명 할 수도 있는 마법의 입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질량이 곧 에너지라는 관점에서 보면 모든 물질의 입자에 질량을 갖게 하는 힉스 입자는 에너지의 근원이라고도 볼 수 있겠는데 이는 곧 에너지가 신이라는 가정도 가능하게 된다. 이런 생각은 나의 개인적인 상상에 불과한 것이지만 결국 어떤 생각의 근원에 도달하면 최초에 작용했던 하나의 근원적인 힘의 작용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저 아름다운 꽃도 깨알보다 작은 꽃씨 한 알이 움을 트는 데서 시작되고 아무리 복잡한 구조를 가진 도미노 게임도 최초의 블록 하나를 ‘톡’하고 건드리는 손톱 하나의 작은 힘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그 ‘톡’하고 건드려 주는 그 최초의 힘이 과연 무엇이냐가 항상 논쟁의 핵심이다. 그것이 신의 의지일 수도 있고 또는 우연한 자연 현상일수도 있지만 인지하는 사람에 따라 선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양성자 충돌 실험에서 만약 힉스입자가 규명된다고 해도 아전인수식 해석이 분분할 것은 뻔한 일이다.

이 세계의 존재 법칙을 필연으로 보느냐 또는 우연으로 보느냐는 이 세계를 결정론적 세계관인 필연의 법칙으로 보느냐 아니면 자연 발생적인 우연의 일치로 보느냐이고 그러한 견해에는 아직 뚜렷한 해답이 없다. 그것은 마치 로또 복권에 당첨된 사람이 이미 오래 전에 예정 되어 있었던 것이냐 아니면 복권 당첨은 순전히 우연의 일치냐를 놓고 논쟁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복권 당첨이 과연 축복인지 재앙인지도 분명치가 않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복권 당첨자들이 복권에 당첨된 후 더 불행해졌다고 하는데 물질적으로는 더 풍요로워졌을지 몰라도 총체적인 삶의 질은 더 떨어졌다는 말이 될 수도 있겠다. 진정한 축복이란 과연 무엇일까.

이 세상에는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도 있고 신의 존재를 긍정하는 사람도 있다. 나의 경우는 후자에 훨씬 가까운 편인데 내가 믿는 것은 어떤 종교적 신이 아닌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신이다. 오늘날의 우주와 인간을 있게 한 절대적인 힘, 그런 힘을 믿는다는 말이 되겠다. 만약 그러한 절대적 힘을 믿는다면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보이지 않는 세계를 마냥 부정할 수만은 없다.

좀 우습긴 하지만 하나의 가정을 해보면 우리가 쓰는 휴대폰이 저 혼자 소리 내고 저 혼자 울리는 것 같아도 모든 휴대폰은 보이지 않는 전파에 의해 움직인다.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저 빈 허공에는 셀 수도 없는 전파들이 떠다닌다. 전자 신호화 된 수백 수천억의 문자가 날아다니고 수조, 수 만조의 음성 신호가 날아다니며 거기에다 온갖 티브이 전파, 라디오 전파, 레이저 등 헤아릴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파장들이 허공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런 전파들은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세상을 움직여 가는 것은 그 보이지 않는 전파와 파장들이다. 만약 모든 인간을 하나의 독립된 휴대폰 단말기로 가정해 본다면 모든 인간은 어디선가 날아온 보이지 않는 전파에 감응하여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휴대폰은 저 혼자 스스로는 절대 움직이지 못하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인간의 머리속에서 매 순간 끝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이나 그 생각들로 인해 일어나는 행위의 근원적 힘(전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신의 존재를 인정하기 보다는 과학적 사유에 훨씬 너그러운 불교에서는 이것을 업(karma)의 개념으로 설명을 하지만 신을 믿는 종교에서는 이런 개념을 ‘신의 계시’ 또는 ‘악마의 유혹’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 인간이 신이나 악마의 전파를 받아 어떤 행위의 결과가 도출된다고 보는 것이다.

물질을 구성하는 모든 다른 입자들에게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입자는 흔히 ‘신의 입자’로 불리는데 이 힉스입자가 모든 물질을 구성하고 움직이는 물질계의 업(業)의 진원지인지 또는 신의 계시인지는 알 수 가 없다. 또한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는 그 모든 행위 유발인자들이 업에 의한 것인지 또는 신의 계시에 의한 것인지도 아직은 알 수가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모든 물질에 형상을 부여하는 힉스입자의 존재가, 비록 가설상이긴 하지만 그런 존재가 반드시 있어야만 이 세계가 성립한다는 것이고 또한 거기에 비추어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는 정신적 힉스입자, 다시 말해 인간의 마음을 있게 하고 모든 행위를 유발하는(그것이 카르마든 신의 계시든 또는 악마의 유혹이든 간에) 그런 원인을 제공하는 힘이 반드시 존재해야만 이 불가사의한 인간의 정신세계도 설명이 가능해진다.

지금 유럽에서 시도되고 있는 우주 탄생의 미니빅뱅 실험을 통해 천지창조의 비밀이 밝혀질 것인지는 알 수 가 없다. 또한 이번 실험을 통해 힉스입자가 발견이 된다고 해도, 또는 발견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물리학계는 큰 변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고 한다. 발견된다면 가설이 입증되었으므로 엄청난 변혁을 맞게 되고, 발견되지 않는다면 물리학의 토대를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인간이 과연 신의 영역을 넘볼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신은 여전히 인간에게 자신의 불가사의함을 계속 보여줄 것인지 이번 실험이 참으로 흥미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대체 인간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으며 우리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참고로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까 실험 장치인 입자가속기의 냉각장치가 고장이 나서 가속기의 가동이 일시 중단 되었다고 한다. 양성자의 충돌이 일어날 때 엄청난 열이 발생하므로 극저온에서 실험이 실시되는데 저온을 유도하는 냉각기가 이상을 일으킨 것이라고 한다. 곧 수리가 되긴 했지만 냉각 온도를 되찾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실험 계획은 점점 늦어지고 있다는 보도였다. 신이 인간의 의지를 거부하는 걸까? <끝>

by 하얀코끼리 | 2008/09/20 13:28 | 視視한 에세이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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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와... at 2011/07/29 18:10
어어 비문학에서 본것도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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